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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ENGLAND

콩코드 1

5월10일 목요일

콩코드는 보스턴으로부터 북서쪽으로 32킬로미터 떨어진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이다. 콩코드는 1635년 식민지 시대 당시 매사추세츠 만 식민지민들이 그들의 정착지 너머 뱃길이 닿지 않는 내륙 쪽에 건설한 첫 번째 내륙 정착지였다. 숲으로 둘러싸인 콩코드는 평화로운 마을로, 보스턴의 서점이나 대학을 통해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소이면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보스턴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했다.

 

 

콩코드의 집들은 대부분 크고 정말 아름다웠다.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과 집들이 모인 도시 전체가 활기 있고 아름다웠다. 특히 부러운 것은 거의 집집마다 수 백 년은 된 듯한 아름드리 고목들이 집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이 고목들은 수관이 수려하고 수관 폭이 대충 10여m는 될 만큼 우람하여 집 전체를 감싸주고 지켜주고 꾸며주고 있었다. 모든 집들이 그 집들을 보호해주는 수호성인 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콩코드는 역사성과 조형성과 찬란한 정신문화가 숨쉬고 있는 작지만 대단한 마을이었다.

 

 

콩코드는 현재도 매우 작은 동네지만 미국 독립전쟁이라는 역사적 액션의 시발점이 되었고, 이 한적한 시골에 흐르는 높은 기상과 시대정신이 1800년대 중반에 그 시대의 르네상스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사조는 콩코드로 하여금 마침내 동일한 시간, 동일한 공간에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82), 호손 (Nathaniel Hawthorne, 1804-64), 쏘로(Henry David Thoreau, 1817-62), 브론슨 올콧(Bronson Alcott, 1799-1888), 루이자 메이 올콧(Louisa May Alcott, 1832-88)과 같은 세계적 문인과 사상가들이 태어나게 했으며, 상호간 사상적 교류와 인간적 유대를 통해 시대정신의 향도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에머슨은 이들 중 지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중심적 인물이었던 듯 하다. 그의 이층집은 지금도 남아있어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당시에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어서 쏘로와 호손이 수시로 찾아와 책을 빌려 읽고 대화와 토론을 하던 곳이었다. 특히 쏘로는 에머슨이 식구로 인정하여 방까지 제공했고, 월든 호수의 땅도 에머슨의 것을 쏘로가 빌려서 오두막을 지었던 것이었다. 에머슨은 목사였으나 일찍이 사임하고 시와 문학작품을 쓰며 지냈다.

 

 

 

월든호수

헨리 쏘로(Henry D. Thoreau)의 월든(Walden)이란 책이 약 170년 전의 한 시골 호숫가에서 쓴 평범한 에세이집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에게 많은 위안과 생각을 던져주기에 언제나 서점가 한쪽 코너에서 스테디셀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월든 호숫가에 4평짜리 오두막을 짓고 가장 단순하면서 고상하게 사는 법을 시연한 것이 오늘날 복잡하고 경쟁적인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누구나 실현 가능한 소박한 생활인데 왜 사람들은 따라하지 못하고 감탄만 할까?

 

 

저명한 쏘로 연구자 월터 하딩(Walter Harding)은 월든에 대한 다섯 가지 시각을 정리해 발표했다. 그것은 곧, 자연에 관한 박물학적 기록, 소박한 삶을 권면하는 삶의 지침서, 물질주의에 지배되는 현대적 삶에 대한 비판서, 탁월한 언어 예술 작품, 그리고 정신적 삶의 안내자로서의 시각이다.

 

 

월든호수는 잔잔하고 맑은 물이 숲에 둘러싸여 있어 상쾌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평범하고 고즈넉한 호수인데도 쏘로의 명징한 사색의 세례를 받은 방문자의 눈에는 거룩한 생기와 그윽한 정기가 가득한 성지의 분위기가 보인다. 호수 한가운데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가 오히려 성스러움을 훼손하는 것 같은 불경함으로 느껴질 정도다. 전 세계에서 매년 60여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순례 성지이면서 한편으로는 한 여름에는 수영객을 비롯한 물놀이객들이 많이 찾는 놀이터이다 . 나의 감정이 많이 오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호숫가 둘레로 2.4km의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한 바퀴 돌아보니 약 30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런데 그 역사성에 비춰보면 주변 숲의 나무들이 어린 나무들만 있어서 의아했다. 나중에 월든호수 보존협회의 팸플렛을 보니 월든호수도 19세기말부터 20세기에 걸쳐 개발의 회오리가 휩쓴 적이 있었다. 1866년에 보트장, 야구장, 식당, 댄싱홀, 조깅 및 자전거 트랙등을 지어 유원지로 만들었는데 1902년에 불타버렸단다. 그 후에도 수영장과 수영강습 부속시설등이 들어서는 등 심각한 훼손이 이뤄지다가 여러 뜻있는 유지들의 보존 노력으로 마침내 1965년에 국립 역사 유적으로 지정되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고, 그래서 비교적 어린 나무들만 남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로는 에머슨이 소유하고 있던 월든 호숫가 땅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1845년부터 1847년까지 2년 2개월 2일 동안 살았다. 쏘로의 오두막 집터는 흔적도 없이 잊혀져 있다가 1945년에 굴뚝 터를 발굴하면서 쏘로의 집터임을 표시하는 석주를 세워 놓았다. 집터의 뒤에는 땔감을 쌓아둔 헛간이 있고, 오른편 아래 쪽 호수로 난 길목에는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이곳을 찾아온 순례객들이 쏘로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놓고 간 돌들이 모여서 돌무덤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집터는 호수에서 약간 걸어 올라가는 곳이며, 나즈막한 구릉이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서 아래쪽으로 호수가 펼쳐져 있고 옆길로 난 작은 길로 조금 나아가면 슾지가 있는 숲속에 있다.

 

 

 

 

 

 

 

숲과 호수와 오두막만 있는 곳에서 이 철학자는 무슨 재미 무슨 낙으로 혼자 살았을까? 그는 인류 문명이 인간에게 덕지덕지 붙여 놓은 물질주의, 안락함에 길들어진 나태함, 존재 보다 우선하는 소유 의식을 털어버리고 삶의 궁극적 모습을 경험하기 위한 실험을 한 것이다. 월든을 읽을 때는 그가 은둔생활을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콩코드를 직접 찾아가 보니 호수가 마을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고 에머슨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과 사상가들과도 서로 오가며 활발한 교류를 했기 때문에 은둔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쏘로가 살던 오두막은 지금은 겨우 터만 남아있고, 호수 입구에 그의 책 월든에서 묘사한 그대로 오두막집을 재현해 놓았다. 쏘로는 150년 전에 이미 커다란 집을 짓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돈을 벌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당시 돈 28달러12센트로 비바람을 겨우 막을 정도의 집을 직접 짓고 평안하게 살 수 있었다. 그 집 안에는 난로와 침대, 작은 책상과 의자 세 개와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다. 그는 “내가 숲속에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그는 이 오두막에서 칩거하면서 하루 4시간 이상 숲속을 사색하며 걸었으며, 호숫가로 나가 배도 타고 새나 물고기를 관찰하고 자연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인간을 성찰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물질, 습관, 안락, 나태, 수동성을 버리면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을 직면할 수 있고, 오히려 정신적 풍요와 성찰이 찾아온다. 단순 소박하게 살면 인간은 더 편안하고 더 많은 정신적 풍요를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작정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다가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고 만다. 쏘로에게 풍부한 자연을 품고 있는 숲과 호수는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곳이었으며, 인생의 본질을 깨닫을 수 있는 수도원이었다. 그는 교회에서 보다 숲에서 하느님을 만나기가 더 쉽다고도 했다.

 

 

‘월든’은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에게 영감을 주어 ‘이니스프리의 호도(The Lake Isle of Innisfree)’라는 작품을 쓰도록 했다. 또한 쏘로의 수필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은 부당한 법에 대해 합법적인 개인이 불복종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필요하다는 수동적 저항 이론을 담고 있으며, 이는 20세기에 마하트마 간디의 인도 독립운동 및 마틴 루터 킹의 흑인 민권운동에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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