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 ENGLAND

뉴포트

 

 

뉴포트의 대장원들이 모여있는 바닷가 절벽길의 항공사진

 

5월8일 화요일, 데드햄에서 짐을 모두 차에 싣고 다시 도시 노마드 행렬을 시작했다. 뉴포트까지 이동거리 62.5마일, 소요시간 70분이다. 여행의 방향이 일단 뉴욕시티에서 대서양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향해서 메인주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애팔래치안 산맥을 따라 내려와서 마지막에 북서쪽 뉴욕주로 향하는 것인데, 오늘은 역방향이 되어 남쪽으로 간다.

 

로드아일랜드주의 진주 뉴포트는 대서양 연안의 아름다운 휴양도시이다. 19세기말부터 여름별장지로 알려진 이곳에 뉴욕의 은행가, 철도재벌, 무역상 등 돈 많은 사람들이 여름별장을 지었다. 미국 역사에서 1860년대부터 1893년까지의 남북전쟁 이후 부흥기를 Gilded Age(황금기)라고 부른다. 마크 트웨인과 찰즈 더들리 워너가 미국의 대규모 산업 부흥기의 영광을 일컬어 Gilded Age라고 부르면서 일반화된 용어다. 이 시대에 미국 주요 도시에서 엄청난 부의 축적이 이루어졌고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1876년에 벨이 전화를 발명했고, 1879년에는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했다. 이러한 위대한 발명과 함께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면서 록펠러의 석유사업, 카네기의 철강산업, J P모건의 은행산업, 밴더빌트의 철도산업이 번창했고, 엄청난 부를 거머쥔 부호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 엄청난 재산으로 미국 곳곳에 화려한 건축으로 부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황금기에 뉴욕에 가까운 대서양 연안의 뉴포트로 몰려온 부호들이 경쟁적으로 화려하게 지은 대장원들을 코티지(Cottage) 또는 맨션(Mansion) 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날에는 일부 장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존협회 비영리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들 장원들은 대서양 연안 벨레뷰 애비뉴지역에 아름답게 가꾼 정원과 함께 들어섰다. 상당히 많은 독특한 건물들이 잘 구획된 도로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장원인 ‘더 브레이커즈(The Breakers)와 ’마블 하우스(Marble House)’를 관람했다. 이 저택들은 뉴욕 철도 재벌 밴더빌트 가문(Vanderbilt family)에서 별장으로 지은 것이다. 입장료를 내고 아름다운 정원에 마음을 빼앗기며 감탄하다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보니 입이 안 다물어질 지경이다. “이 세상 돈을 다 써도 좋으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집을 만들어 보시오”라고 주문을 한들 이 보다 더 화려하고 엄청난 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금으로 벽면과 가구를 장식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시 유럽 최고의 인테리어 전문가들을 불러와 당대 최고의 건축 자재를 총동원하여 지은 것이다. 프랑스의 궁전들을 모본으로 지었으나 이들 절대왕조의 성들 못지않게 화려하고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비롯해서 루아르 지방의 쉬농소 성, 앙부와즈 성, 블로어 성 등등을 둘러본 적이 있으나 현재의 느낌으로는 더 브레이커즈의 내부 인테리어는 그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것 같았다.

 

‘더 브레이커즈’의 대문을 들어서니 넓은 정원을 감싸는 아름드리 나무가 곳곳에 우람하게 둘러서있는데 초봄을 맞아 갓 솟아나온 새싹들이 연두색 녹황색 연녹색 자색 등의 제각각의 타고난 수줍은 빛으로 봄단풍을 이루고 있었다. 대서양을 바로 앞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옅은 회갈색 석회암으로 지어진 3층 모양의 4층집은 45m x 75m의 큰 저택이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외양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택의 내부 인테리어는 내 상상의 한계를 넘는 엄청난 것이어서 커다란 충격이 전신을 흔들어댔다.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2세가 1895년에 지은 여름 별장인 ‘더 브레이커즈’는 흰색 기둥과 벽 판넬 위로 금장 조각품으로 장식된 천정을 가진 2층 반짜리 15m 높이의 중앙홀과 엄숙한 짙은 갈색과 금장 벽의 서재, 회색과 금장 벽에 빨간 커튼을 두른 음악실, 비공식 모임 장소인 아침방, 대리석과 금동으로 화려하게 꾸민 벽과 고전 천장화가 아름다운 식당, 시원한 회청색 대리석 벽의 당구실을 비롯해서 70개의 방이 있다. 이들 중 33개가 하인들 방으로 200명의 손님을 위한 만찬을 언제든지 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이토록 화려한 별장을 지어놓고도 밴더빌트는 늘 사업과 자선활동으로 바뻐서 자주 들르지 못하다가 결국 ‘더 브레이커즈’가 완공된 다음 해에 중풍을 맞아 3년 뒤에 사망했다. 이 집을 지은 건축가 리처드 모리스 헌트도 건물 완공과 함께 사망했다. 얄궂은 집이다.

 

 

 

 

 

 

 

 

‘마블 하우스’는 ‘더 브레이커즈’를 설계한 미국의 걸출한 건축가 헌트(Richard Morris Hunt)가 베르사이유 궁전의 쁘띠 트리아농(Petit Trianon)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하고 밴더빌트 가문의 윌리엄 밴더빌트 부부가 1892년에 4년만에 완공한 저택이다. 윌리엄은 건축이 완공되자 부인의 서른아홉번째 생일 기념으로 부인 앨바 밴더빌트(Alva Vanderbilt)에게 이 집을 선물로 주었으며, 그후 겨우 두해 여름을 이곳에서 보내고 이혼하여, 결국 ‘마블 하우스’는 앨바 부인이 관리하며 화려한 사교장으로 활용하였다. 2층 슬라브지붕의 흰색 석조 건물로 평범한 외관을 지녔다. ‘더 브레이커즈’보다 규모도 작고 단순한 건물이지만 입구의 현관에 네 개의 고린트식 열주가 단정하게 서있고 양 옆으로 마차 플랫폼이 프랑스 궁정 현관과 같이 반원형으로 펼쳐져있다. 대서양 연안 쪽 정원의 끝자락에는 화려한 중국식 청기와를 이고 있는 원색의 다실 건물이 화려하게 위치해 있고, 우듬지가 정교하게 곡을 틀며 아름답게 감아 올라간 몇 그루의 나무가 있을 뿐 장식을 거의 하지 않은 잔디 정원이 대서양의 검은 바닷물과 이어져 광대한 수평선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외양과는 달리 실내의 모습은 충격적인 화려함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중앙홀은 황금색 시에나 대리석과 금장 조각품으로 벽과 바닥이 우아하게 치장되었으며, 대부분의 방이 황금색 및 붉은 계통 색조의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으로 단장되었다.

 

 

 

 

 

 

 

 

 

자본주의 자본가들의 권력이 절대왕조의 황제들보다 더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면서 이와 같은 극단적 부의 편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와 같은 무한한 부의 축적 가능성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면서, 반면 모두가 평등하게 자유와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자본주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부침의 흐름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이 눈 앞의 이익만 쫓으며 정신 없이 만들어 나간 대업들이 거품이 되어 마침내 가라앉으며 바톤 터치를 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대공황이 그것이고 우리나라의 IMF 경제위기가 그것이다. 마블 하우스는 짓는데 1890년대 당시 화폐로 200만불, 인테리어와 가구에 900만불이 들어간 초호화 궁전인데, 대공황의 파도를 맞으며 1933년 단 돈 10만불에 처분되는 비운을 맞는다. 아니 비운이라 할 수는 없겠다. 그 덕분에 엄청난 부자들의 호화재산을 공익단체가 사들여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게 되었으니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공익단체에서 소유한 뉴포트의 장원들은 지금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보물로 재탄생하였다.

 

 

밴더빌트 가문의 유산은 대단하다. 뉴욕에 가면 42번가에 유명한 그랜드 센트럴역(Grand Central Terminal)이 있다. 뉴욕의 관문으로 이용되는 허브역사인데 기차역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중앙홀에 2,500개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그려 놓은 아치형 천장은 마치 바로크 시대의 성당에 들어서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이 그랜드 센트럴역도 밴더빌트 가문의 유산이다. 코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1794~1877)는 선박과 철도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그는 남북전쟁시 북군 연합군에게 증기선 밴더빌트호를 기증하여 미국 정부로부터 금메달을 받았고, 이 메달은 밴더빌트 가문의 명예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그는 사망 직전에 내슈빌 소재 밴더빌트 대학교 설립기금으로 1백만불을 기증하여 학교명이 그의 이름을 따라 명명되었다. 코넬리우스 밴더빌트로부터 시작되는 밴더빌트 후손들은 뉴욕의 5번가 대저택(Great Mansions), 뉴포트의 여름별장, 유명한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의 빌트모아 저택 등 다수의 위대한 건축물들을 지었다. 이들이 지은 건축물들은 오늘날 대부분 “미국의 역사적 랜드마크 (National Historic Landmarks)"로 지정되었다. 밴더빌트의 후손들은 돈 버는 재주가 뛰어났으나, 돈을 날리는 재주는 더 뛰어났다. 수많은 역사적 건축물을 남긴 직계 후손들은 결국 코넬리우스 밴더빌트 사후 47년 만에 거덜이 나서 무일푼이 되었고, 뉴욕의 밴더빌트 5번가 대저택 10개가 그의 사후 70년 만에 모두 날아갔다.

 

 

뉴포트의 아름다운 맨션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이 뛰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들로서, 이것을 모두 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듯 한데 단 두 개의 장원만을 보고 떠나야 하니 너무나 아쉬웠다. 이 외에도 엘름(The Elms), 로즈클리프(Rosecliff), 샤또수르머(Chateau-Sur-Mer), 킹스코트(Kingscote)등 거대한 궁전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엘름(The Elms)

 

샤또수르머(Chateau-Sur-Mer)

 

 킹스코트(Kingscote)

 

연못에 비친 로즈클리프(Rosecliff)

 

뉴포트가 원래 부자들만의 사교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뉴포트를 최초로 개척한 사람들은 매사추세츠에서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 받고 추방 당한 사람들이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매사추세츠 만에 정착한 퓨리턴들이 그들의 신앙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그들과 종교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정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사추세츠 식민지 교회와 다른 신앙 노선을 가졌다는 이유로 추방되거나 박해를 받던 사람들은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해서 저마다의 새로운 정착지를 만들었는데 뉴포트도 그 중의 하나였다.

 

매사추세츠에서 추방당한 허친슨과 그 추종자들이 나라간세트 만 입구에 위치한 아퀴드넥(Aquidneck)섬에 땅을 구입하고 정착촌을 건설했다. 종교적 양심을 따라 이주해 온 사람들인지라 자존심이 강하고, 신앙과 종교 문제에 대한 민간 정부의 간섭을 배격하고, 기성 교회의 형식주의와 권위주의를 비난하며 종교적 관용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과격하고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1656년에 보스턴에 퀘이커교도가 들어오자 매사추세츠는 이들을 사탄의 사자로 규정하고 엄격히 단속할 뿐 만 아니라 투옥, 벌금형, 장형, 화인형, 추방형등의 법령을 강화했으나, 로드아일랜드는 신앙의 자유와 개별성을 중시하는 신앙적 분위기 때문에 퀘이커교도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매사추세츠에서 퀘이커교도를 사형에 처하자 로드아일랜드는 이 가혹한 조치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와같은 종교적 관용의 분위기 때문에 영국 본토 뿐만 아니라 보스턴 등 매사추세츠 식민지로부터 종교적 박해를 심하게 받던 퀘이커 교도들과 유대교도들이 뉴포트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퀘이커교도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1700년에 이르러서는 뉴포트 주민의 절반이 퀘이커교도들이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직접적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인적 신앙체험을 중요시했다. 이들은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맹세를 하지 않으며, 검소하게 살고, 음주를 하지 않고, 노예제에 반대했다. 이들은 예수 당시의 신앙의 자세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교회 건물도 필요 없고, 종교의식과 종교적 권위와 목사의 권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 개인이 성령이 인도하는 내면의 빛을 따라 고요하게 살아가자는 주장이다.

 

이처럼 검소하고 소박하게 사는 퀘이커교도들의 본거지였던 뉴포트가 나라간셋트(Narragansett)만과 대서양이 맞닿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장점을 업고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발달했으며, 한때는 보스턴, 뉴욕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 교역중심지였다. 부의 증가는 인간에게 만족과 여유를 주기는 커녕 더욱 부에 목마르게 만들어서 심지어 뉴포트가 노예무역의 전초기지로 까지 전락하기도 했다.

 

두 개의 걸출한 장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밖에는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도 피할 겸 차를 타고 뉴포트 해변을 드라이브했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멋진 바다의 절경을 배경으로 시커먼 바위절벽 위에 지어진 셀 수도 없는 수백개의 맨션들도 제각각 아름다운데, 그 바위절벽을 전력 질주하여 때려 놓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물러가는 파도가 자아내는 정취는 매 순간이 새로운 풍경화였다. 약 한 시간에 걸쳐 해안도로를 전세 낸 듯 유유자적하며 드라이브를 했다. 한 시간 이상 초저속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앞뒤에 차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았다. 뉴포트 반도 안에 있는 포트 아담스 주립공원, 브랜턴 포인트 주립공원, 발라드 공원과 구석구석 자리잡은 그 많은 별장 하나하나가 모두 놓치기 싫은 풍경들이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도 없어서 보고 또 보며 최대한 차의 속도를 늦추며 왕복을 했다. 이곳은 대부분 별장이라서 여름에만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특히 오늘 따라 비가 오는 늦은 저녁인지라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서 정말 도로를 전세 낸 듯 여유만만하게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드라이브 코스로 강추할 만 하다.

 

Claiborne Pell Newport Bridge

 

 

 

부자의 요건은 아름다운 별장과 요트다. 부자들의 호화별장이 들어선 뉴포트 바다에는 당연히 요트가 명물이다. 여름 별장들과 함께 1750년대 당시 뉴포트는 레져 보트들이 항구에 들어차기 시작했고 1844년에 뉴욕 요트 클럽이 설립되면서 뉴욕의 부자들이 뉴포트로 몰려들었다. 요트 박물관이 있는 아름다운 포트 아담스 주립공원에서는 매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과 뉴포트 재즈 페스티발이 열린다. 하얀 현수교 ‘클레이본 펠 다리’와 뉴포트 항구를 조망하는 포트 아담스의 아름다운 무대가 음악축제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은 미국의 대표적 포크송 싱어 조앤 바에즈를 배출한 포크송 음악축제로 유명하며, 2009년에 50회를 기록했다. 부호들이 사는 동네의 이름에 걸맞게 여름 백악관으로 사용된 집들도 이곳 포트아담스에 있는데, 하이젠하워 대통령의 여름 별장과 케네디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 재클린 오나시스의 어린시절 집이다.

 

다음날 아침, 비는 장대비로 변해서 주룩주룩 내렸다. 얄궂은 봄비는 미국에 도착한 날부터 징그럽게 따라 다닌다. 대서양을 따라 펼쳐진 벨레뷰 장원 지대 앞 바다의 절벽길(Cliff Walk)을 날궂이 하듯이 우산을 쓰고 걸었다. 활 모양으로 오목하게 이어지는 바다 절벽길 끝에 마을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한 쪽으로는 바다를 향해 한껏 뽐을 내고 서 있는 아름다운 장원들의 건물과 정원을 감상하고, 다른 쪽으로는 해안가 바위덩어리를 조용히 때려대고 물러나는 부드러운 파도의 격한 곡선과 검은 수평선 너머로 아득히 사라지는 무역선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마다 바다에 붙여 조성한 장원들의 정원을 가로질러 일반인들의 산책길을 만드는 것을 좋아할 건물주들은 별로 없었을 터인데 길을 내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거 같다. 어떤 집 앞엔 길이 좁아 장원의 정원을 일부 잘라 길을 만들기도 했는데, 덕분에 뉴포트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사실 뉴잉글랜드 여행 내내 불만이었던 것이 대부분의 천혜의 절경은 개인들이 사적 공간으로 점유하여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점이었다. 뉴잉글랜드 여행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뉴포트가 대부호들의 정원 앞 길을 잘라 일반인이 걸을 수 있도록 산책길을 조성한 것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닷가 길을 심한 빗속을 뚫고 절벽길을 걷는 사람이 우리 말고 두어 팀 정도밖에 없었다. 분명 절경이라 할 만한 풍경이긴 한데, 내가 걸어본 우리나라 제주도 올레길이나 태종대 만한 운치와 멋을 능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집은 별 볼 일 없고 자연만 아름다운 우리나라에 비해, 아름다운 집들이 자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서양의 풍경이 부러웠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절벽길 산책을 중간에 중단했다. 날이 맑았으면 벨레뷰 애비뉴와 오션 스트리트의 상점 거리를 산보하려 했는데 부득불 아름다운 뉴포트 여행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 플리머스(Plymouth)로 향했다.

 

'NEW ENG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콩코드 1   (0) 2014.03.23
플리머스  (0) 2014.03.23
보스턴4 - 하버드 대학교  (0) 2014.01.15
보스턴3  (0) 2014.01.15
보스턴2 - 프리덤 트레일  (0)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