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쨋날(3월30일), 풍선 못 탈까봐 마음 졸였는데 오늘은 벌룬투어 허가가 나왔다. 새벽 5시에 투어 셔틀 차량을 타고 벌룬 탑승지로 갔다. 벌룬을 타고 일출을 보는 것이 백미인데, 구름이 많은 흐린 듯한 날씨여서 조금 늦게 벌룬이 떴다. 풍선 하나에 승객 28명과 조종사 2명이 탔다. 드디어 우리 풍선이 떴다.
1시간 동안의 벌룬투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일정은 아침 벌룬투어 뿐이라 아침 식사를 하고 어제 파노라마 언덕에서 내려다 보았던 계곡을 단독 트레일하기로 정하고 괴레메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우치히사르성으로 갔다. 우치히사르성에서 계곡 아래로 내려가 탐방을 시작했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우리 부부만 남았다. 아직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지 않아서 계곡 아래에는 드문드문 관목들이 보이고 작은 냇가도 있었다. 가장 낮은 땅을 따라 걸었다. 아무도 없었고 이젠 길도 없었다. 삐죽삐죽 스머프 바위 사이를 걸었다. 아름답고 신비한 풍경이 이어졌다. 길이 막히면 돌아서 가며 계곡의 끝을 향해 걸었다. 1시간을 걸어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넓은 땅에는 과수 나무를 드문드문 심어놓은 농장이 있었으나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길이 없으니 지도에서도 현위치를 확인할 수 없고 방향도 가늠할 수가 없다. 아내가 겁이 나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산티아고길 걷는다고 생각하고 걷자고 해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걱정이 앞서면 이 좋은 경치 구경도 귀찮은게 인간이다. 두어 시간 걷다보니 계곡 위로 도로가 보여서 도로로 나왔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멀리 무언가 보인다. 가서 보니 로즈밸리 관광지였다. 우리는 괴레메까지 걸어갈 작정이었으나 길을 잃었고 다리도 아파서 주차관리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 하니 조금 후 괴레메 택시가 와서 타고 숙소로 가서 쉬었다.
다섯쨋날(3월31일), 새벽에 셔틀버스를 타고 카리세이 공항으로 가서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8시 출발 국내선 여객기를 탔다.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탁심광장으로 갔다. 시가지 한가운데서 즉흥 호텔 쇼핑에 나섰다. 저렴하면서 깨끗한 호텔이 목표다. 무작정 쳐들어가서 물어보니 조식 포함 1박 70불이다. 방을 둘러보니 약간 작지만 둘이 자기에 적당하고 방이 깨끗해서 체크인했다. 우리가 고른 비지니스 호텔 four sides Lion Hotel은 가성비 좋고 탁심광장 핵심 지구라 교통 편리하고 조식도 풍성하고 좋았다.
바로 옆 한식당 태백에서 점심을 먹고 튀넬(Tünel)버스를 타고 구시가지 톱카프궁전으로 갔다. 입구가 인산인해였다. 언제 입장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도 없다. 포기하고 아내가 쇼핑을 원하는 이집션 바자르로 향했다. 가는 길도 인파로 인산인해다. 알고 보니 한 달 간 계속된 라마단 기간이 끝나서 오늘은 이스탄불 전 시민이 가족 나들이를 나왔다. 인도로 걷기 힘들어서 전차길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전차도 경적을 울리며 쉴새 없이 오가면서 위태한 운행을 했다. 이집션 바자르 입구에 도착하니 내일까지 명절 휴장 방이 붙었다. 다시 인파를 헤치고 에미뇌뉘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사람이 더 많았다. 선착장 앞 광장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서 나아갈 수 없다.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 인파에 떠밀려 가다가 무언가에 걸려넘어지면 압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서서히 인파의 파도를 타며 나아갔다.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다. 이들이 무얼하러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유람선을 타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무작정 교통카드를 찍고 겨우 대중교통 수단인 바푸르에 승선해서 보니 해협 건너 아시아지구의 우스크다르로 가는 페리였다. 우스크다르 해변을 따라 걷다가 다시 페리를 타고 돌아와서 탁심 숙소에 도착했다.
여섯쨋날(4월1일), 아침 일찍 서둘러서 탁심광장을 가로 질러 걸어서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갔다. 1856년 건축된 초호화 궁전이다. 제국이 무너져 가는데 국부를 털어 호화 궁전을 짓는 어리석은 군주 압둘메지트 1세의 이름은 외워둬야겠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신시가지 보스포러스 해협의 연안에 있다. 동로마제국 시절 작은 항구였던 지역을 오스만제국이 19세기에 메운 다음 술탄의 별장으로 지었다. 돌마바흐체의 돌마는 터키어로 '꽉 찼다'는 의미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작은 만을 메우고 정원을 조성해 '가득 찬 정원'을 뜻하는 돌마바흐체라 불리게 된 것이다. 해안을 따라 600m가량 길게 뻗어 있어 '바다 위의 궁전'이라고도 불린다.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고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혼재된 돌마바흐체 궁전에는 온갖 보물로 가득하고, 총도 활도 화살에도 금과 보석이 박혀있다. 화살에 맞아 죽는 사람도 화살만 움켜쥐고 있으면 부자가 될 만하다.
https://nayezip.tistory.com/426
튀르키예 - 투르크족의 나라
더보기 투르크족의 西進오늘날 튀르키예의 인구는 투르크족이 70~75%, 쿠르드족 20%이다. 원래 그리스, 로마인의 땅이었던 튀르키예 땅을 어떻게 투르크족이 차지하게 되었는 지를 알아보자.기원
nayezip.tistory.com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을 마치고 약간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버스를 타고 베벡 지구로 가서 베벡 스타벅스에 갔다. 바다 조망을 가진 평범한 카페를 누군가 꼭 가봐야할 명소로 허풍을 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바로 앞 알바니아 마을을 우산을 들고 산책했다.
아르나부트쾨이(Arnavutköy)
‘알바니아 마을’로 불리며 오스만, 알바니아, 유대교 신자들이 모여사는 아름다운 어촌이다. 모스크, 성당, 시나고그가 사이좋게 공생하고 있다. 15세기부터 오스만투르크에 일하러 왔던 이방인들이 살던 곳인데, 19세기 말과 20세기초에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아르누보 스타일 장식의 알록달록 목조 주택이 지어졌다. 이 마을에는 다양한 문화와 양식이 반영된 건축물들이 하모니를 이룬다.
동네 한바퀴 돌고 백종원씨가 들렀다는 아담한 생선 음식점 ADEM BABA에서 점심을 먹었다.
루멜리 히사르 성
이어서 버스를 타고 루멜리 히사르 성으로 갔다. 그런데 찾아가 보니 2년간 대보수 공사에 들어가서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성의 외부 위용만 보고 돌아섰다.
메흐메트 2세가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공격을 앞두고 1452년에 건설한 요새로 외관도 아름답고 웅장해서 600년의 관록이 믿어지질 않는다.
근처 Besiktas베식타쉬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아시아지구로 건너가며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구시가지와 아시아지구를 비롯한 이스탄불 해안가 풍경을 감상했다.
저녁을 먹고 이스티클랄 거리와 갈라타 타워 야경을 보러 다녀왔다.
갈라타 타워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러스 해협, 골든혼(금각만)이 합류하는 지점에 갈라타 타워가 있다.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갈라타 언덕 위에 처음 갈라타 타워를 세워서 이 탑과 골든혼 사이에 쇠 체인을 연결하여 적군의 배가 항구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14세기 제노바인들이 갈라타 지구를 점령하고 허물어져 있던 타워를 1348-49년에 다시 지어 오늘날의 갈라타 타워로 700년 가까이 전해오고 있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점령된 날 제노바인들은 갈라타 타워의 열쇠를 메흐멧 2세에게 선물했다.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도심과 보스포루스해협이 파노라마로 조망된다. 항구 관제탑 기능을 하다가, 오스만 시대에는 도시의 화재를 감시하는 망루로 사용됐고, 나중에는 천문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레째(4월2일), 꼭 보아야 할 톱카프궁전을 보고 오늘 저녁 이스탄불을 떠나야 한다.
톱카프궁전은 동로마 제국의 궁전이 있던 언덕 위에 1475~1478년 세워져서 19세기까지 380년 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술탄들이 살던 궁전이다.
관람을 마치고 먹고 싶었던 감자를 먹어 보고
이틀 동안 문 닫았던 이집션 바자르로 가서 선물을 사고
버스를 타고 카리예 자미로 출발했는데 길이 너무 막혀서 버스가 많이 지체되었다. 허술한 산동네 버스 종점에 자리한 자미를 찾아 갔지만 출국 비행기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관람 시간이 부족했다. 돌아갈 길이 얼마나 막힐지 몰라 자미 문 앞에서 돌아와야 했다.
카리예 박물관 (코라 성당)
동로마 제국 시대였던 11세기에 동방 정교회 수도원의 부속 교회로 건설된 것으로, 14세기까지 간헐적으로 증축과 개축이 반복되었다. 14세기 비잔틴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는 모자이크와 프레스코가 남아있어 유명한 곳이며, 모자이크는 180개 이상의 장면을 7개의 주제로 분류했고, 프레스코는 80개 이상의 장면을 구성하고 3개의 군을 이룬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튀르키예 스케치 (2) | 2025.05.01 |
---|---|
튀르키예 - 투르크족의 나라 (1) | 2025.04.28 |
튀르키예 - 동로마 제국 (0) | 2025.04.22 |
성서의 고향, 튀르키예 (0) | 2025.04.22 |
튀르키예 - 고대 (0) | 202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