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의 큰바위얼굴을 올려다보면 천둥같이 굵지만 인자한 목소리로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 같은 고결한 얼굴 모습이었다. 옛날부터 어른들은 저 큰바위얼굴의 음덕 덕분에 마을이 항상 평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또 이 산골짜기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에서 큰바위얼굴을 꼭 닮은 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서 이 예언을 믿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어니스트는 이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고 언젠가는 그 위인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용하면서도 생각이 깊고 똑똑하며 효심이 깊은 아이로 성장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인자한 큰바위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어느 날 오래 전에 이 마을을 떠났던 개더골드(Gathergold)라는 사람이 장사를 해서 큰 돈을 벌어가지고 곧 돌아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내 그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살던 집터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짓더니 하인들을 미리 보내 환영식을 벌이며 마을로 들어왔다. 마차에서 내린 그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그가 큰바위얼굴과 닮았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어니스트에겐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바위를 올려다 보니 “걱정마라. 앞으로 다른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바위가 말했다.
몇 년이 지나 어니스트가 청년이 되었다. 그 사이 개더골드는 많던 재산을 다 날리고 죽었다. 사람들은 이제야 그가 큰바위얼굴을 닮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 마을 출신의 전쟁 영웅 올드 블럿앤썬더(Old Blood and Thunder)장군이 돌아온다는 소문으로 옮겨 갔다. 장군의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큰바위얼굴과 닮은 거 같다고 수군댔다. 드디어 장군이 마을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열열히 환영했고 목사님이 그를 위해 축복기도를 했다. 그러나 마을 어귀에서 연설을 하는 장군을 바라 본 어니스트가 보기엔 큰바위얼굴과 닮지 않았다. 큰바위얼굴을 올려다보니 “걱정마라. 앞으로 다른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바위가 말했다.
또 몇 년이 흘러갔다. 어니스트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며 이웃에게 친절을 베푸는 좋은 사람이었다. 장군은 늘 좋은 말을 많이 했지만 마을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장군이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고 깨달은 마을 사람들은 다시 유창하고 확신에 찬 연설로 유명한 이 마을 출신 정치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설은 마술을 하듯이 때로는 천둥같이 울렸고 때로는 달콤한 음악같이 들렸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곧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큰바위얼굴을 닮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고향을 찾은 날 모두들 그를 보러 몰려 나왔다. 어니스트가 보기에도 큰바위얼굴을 닮은 것 같았는데 뭔지 모르게 바위 위에 비춰지는 고결함과 위엄이 보이지 않았다. 큰바위얼굴을 올려다보니 “어니스트, 내가 너보다 더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낙심하지 말고 기다려라. 그 사람은 꼭 올거다”라고 말했다.
세월은 점점 흘러 어니스트도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마엔 주름살이 늘어갔다. 늘 큰바위얼굴을 오래 응시하면서 명상에 잠기던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이 촌노의 생각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말과는 다른 농익은 지혜가 담겨있다는 소문이 점차 퍼지면서 멀리서부터 대학교수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어니스트를 만나러 찾아왔다. 이들은 마을을 떠나면서 큰바위얼굴을 올려다보고 어디선가 비슷한 얼굴을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인지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하루 일을 마친 어니스트는 이 골짜기 출신으로 유명해진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시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바위를 올려다보며 “위대한 나의 친구여, 이만한 사람이면 당신을 닮은 사람이 아닌가요?” 라고 말하자, 바위가 빙그레 웃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시인이 자기 고향마을에 어니스트라는 현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고 싶어서 기차를 타고 찾아왔다. 그는 자기를 알리지 않고 어니스트를 찾아가 하룻밤 같이 재워줄 수 있느냐고 묻자 어니스트가 기꺼이 맞아주었다. 어니스트와 대화를 하던 시인은 금방 이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니고 천사의 위대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고담준론이 되어 이어졌다. 마침내 어니스트가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시인은 시집을 가리키며 자기가 그 시를 쓴 사람이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어니스트는 시인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큰바위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닮은 얼굴이 아니어서 어니스트는 실망했다. 시인이 왜 갑자기 슬픈 얼굴을 하냐고 묻자 어니스트가 이 마을의 전설을 들려주며 자기는 그의 시를 읽고 나서 이 시인이야말로 큰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대답했다. 시인은 자기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으며, 자기의 시만큼 자기의 삶이 아름답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해질녘에 두 사람은 어니스트가 매일 산책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길을 같이 걸었다. 동네 공터에서 어니스트가 모여든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시인은 어니스트의 존재와 성품이 자기가 쓴 어떤 뛰어난 시보다 더 위대한 시라고 느꼈다. 어니스트의 성실한 삶과 거룩한 사랑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인에게 커다란 감동이 일어났다. 그때 큰바위얼굴을 올려다보자 큰바위얼굴을 휘감고 있는 안개가 어니스트 이마 위의 흰머리를 닮았다. 또 어니스트의 인자한 얼굴이 큰바위얼굴의 인자함을 닮았다. 그 순간 시인은 목청을 높이며 “보세요! 보세요! 어니스트가 바로 큰바위얼굴을 닮았어요” 동네 사람들도 모두 동의하며 이 마을의 전설이 드디어 이루졌다고 외쳤다. 시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니스트는 언젠가 자기보다 훨씬 훌륭하고 큰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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