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주를 떠나 대서양 연안의 미국 최북단 메인주로 향했다. 주간고속도로 95번과 US 1번 하이웨이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워서 플리머스에서 실망한 마음을 달래 주었다. 우선 숙박지인 오건퀴트(Ogunquit)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근처 어시장을 물어서 찾아가 메인주의 별미인 바닷가재 큼직한 것 한 마리를 사니 즉석에서 고속 찜을 해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와인과 함께 즐거워하며 조촐한 파티를 했다. 마침 오늘 숙소는 우리나라 콘도식으로 부엌과 거실이 별도로 있어 둘이서 파티하기에 분위기도 좋아 실컷 먹고 잠이 들었다.
11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호텔에서 구한 지도를 보며 대서양 해변 산책을 먼저 하기로 하고 퍼킨스 포구(Perkins Cove)를 찾아 나섰다. 포구는 호텔에서 언덕을 내려가니 바로 보였다. 조시아스(Josias)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깊숙한 곳에 움푹 들어가 만을 형성하며 아늑하게 검은 바위로 둘러싼 퍼킨스 포구가 있다. 포구 내항에는 하얀 가재잡이 어선들이 옹기종기 정박해 있고 주변의 수목과 잘 지은 집들이 어울려 여러 폭의 그림을 그려준다.
포구에서 시작되는 절벽 위 바닷가에 조성해 놓은 산책길을 부드러운 대서양 바람을 느끼며 걸었다. 검은 바위로 이어지는 해안가 절벽과 바위 무더기들이 쉴 사이 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부딪쳐 순간순간 연출하는 퍼포먼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2km 산책길은 이름이 ‘가장자리 길(Marginal Way)’이다. 자연스러운 제주도 올렛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검은 바위가 고불고불 만을 형성하며 이어져있어 제주도 해안가보다 더 오밀조밀 운치가 있었다. 해안가 경치 좋은 절벽 위에는 가지각색의 집들이 바다를 향해 들어서 있고 집 앞 정원에는 어김없이 잔디와 교목, 관목과 꽃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있어서 그 사잇길을 산책하며 느끼는 시각 청각 촉각이 신선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산책객들이 꽤 있어 눈을 마주치며 일일이 인사를 건넨다. 중간 중간에 커다란 펜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쉴 수 있게 비치의자를 일렬로 잔디밭에 늘어놓고, 숙박객들이 하얀 비치의자에 누워 쉬지 않고 출렁거리는 대서양을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여름 휴가시즌에는 이 펜션을 한 달씩 임차해서 휴가를 즐긴단다.
왕복 한 시간여 산책을 마치고 조금 더 북쪽으로 차를 몰아 백사장으로 갔다. 이곳 오건퀴트 해변(Ogunquit Beach)은 육지에 붙어있는 백사장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오건퀴트 강을 사이에 두고 육지와 평행하게 방파제처럼 길게 뻗어있어서 섶다리 비슷한 풋브릿지(Footbridge)라는 목조 다리를 걸어서 건너야 접근할 수 있었다. 강과 바다 사이에 줄을 친 듯 약 5km 길게 뻗은 백사장을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가 핥아 버리지 않고 곱게 뻗어있는 것이 신기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은 텅 비어 있고 서핑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몇몇씩 눈에 띄었다. 거세게 몰아쳐 들어오다가 결국엔 하얀 포말로 흩어져 백사장위에 밀려들어 오다가 힘의 정점을 확인하고 밀려나가는 과정을 마중하고 물러나는 진퇴를 반복하며 놀다가 오늘의 목적지인 케네벙크(Kennebunk)를 향해 다시 북진을 시작했다.
5월의 뉴잉글랜드 관광은 참 맹숭맹숭하다. 관광지에 가도 관광객이 없다. 뉴잉글랜드의 관광은 6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호젓하고 편리한 면도 있지만 어딜 가도 우리 둘 뿐이니 너무 싱겁다. 드디어 울각시가 보채기 시작한다. 사람 많은 곳으로 가자고 한다. 아울렛 매장을 둘러보자는 것이다. 어제 매사추세츠주 경계선을 넘어서자마자 보이던 키터리(Kittery)라는 동네에 대형 아울렛 매장이 있다고 책에 나와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네비게이션에 키터리를 눌러놓고 차의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 15마일 25분 거리를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온 길을 되돌아 가다보니 꽤나 먼 길로 느껴졌다. 드디어 키터리 팩토리 아웃렛 쇼핑매장 거리에 도착했다. 역시 쇼핑 매장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뭐니뭐니 해도 사람 구경이 최고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과 유적 구경도 사람 구경과 분리해 놓으면 앙꼬 없는 진빵이다.
간단히 눈요기 쇼핑을 마치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오건퀴트부터 웰스(Wells)를 거쳐 케네벙크(Kennebunk)까지의 대서양 해안은 절경의 연속이다. 하루 이틀 묵으며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싸고 싱싱한 게와 가재요리를 맛보며 해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건만, 너무 많은 가야할 곳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달리는 차창으로만 눈요기를 하며 케네벙크로 향했다. US-1번 국도는 눈요기로도 아름다운 도로다.
커네벙크는 항구도시로 번성한 마을인데 200여년된 아름다운 주택들이 무게를 더해주며 도시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지만, 이미 거쳐온 수많은 전통마을들과 별도의 특색을 보이지는 않아서 기대에는 못미치는 감동이었다.
내일 우리 일정의 최북단 지역인 굿라이프센터까지는 180마일 3시간 40분 거리이다. 이번 여행의 최장거리 운행 코스이므로 오늘 저녁엔 갈 수 있는데 까지 최대한 북진해서 잠을 잘 요량으로 차를 몰아 보도윈 대학이 있는 브룬스윅(Brunswick)에서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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