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하룻밤을 더 묵고 가까운 버펄로로 갔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기생해서 사는 도시인 줄 알았더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멋있는 곳이었다. 렌트카를 뉴욕에 반납해야하는 일정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버펄로를 돌아보았으나 인상적이었다. 빅토리아풍의 고층건물과 유서깊은 교회당 건물이 가득해서 그간 시골구경만 하던 촌놈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오대호의 하나인 이리호와 거기에서 발원해서 흘러가는 거대한 나이아가라강을 끼고 있어 자연 또한 절경이었다.
뾰족 첨탑 모양의 버펄로 시청사에는 전망대가 있다. 25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서 3층을 더 걸어 올라가면 무료 전망대에서 이리호와 나이아가라강, 버펄로 시내의 역사적 건물과 최신 첨단 건물들을 조망하며 즐길 수 있다. 시청사는 외관이 다양한 조각과 디자인 무늬로 장식되어 있어 다소 생뚱맞은 모양이면서도 청사 앞에 있는 유니온 스퀘어의 오벨리스크탑과 함께 깊은 인상을 안겨준다.
중심가의 고풍스런 옛 청사들, 코카콜라 경기장, 붉은 사암으로 웅장하게 지은 에피스코팔 교회, 로코코풍의 하얀 전력청사, 역사적 흔적이 덕지덕지 붙은 구 우체국 건물 등 잠시 동안 즐거운 거리 산책을 즐겼다. 오랜 흔적이 보이는 교회를 만나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문을 당겨보았더니 잠겨있어서 돌아 나오는데 한 신사를 만났다. 교회를 보려면 길 건너편에 새로 지은 교회로 가란다. 새로 지은 교회는 트리니티 교회인데 스테인드 글라스가 티파니의 유리작품이며 매우 아름다우니 꼭 가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우리가 찾은 이 교회는 옛 건물인데 지금은 갤러리와 음악홀로 쓰인다고 한다. 오늘 일정 때문에 머뭇거렸더니 자기가 이 갤러리의 책임자라며 우선 갤러리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음악홀의 잠긴 문을 열더니 에어콘까지 틀어주며 설명을 해 준다. 마침 다음 날 결혼예식이 있을 예정이어서 홀 안에는 테이블이 가득 세팅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참석예정자의 명패를 책상위에 늘어놓고 있었다. 멋있는 음악연주로 성대한 결혼식이 될 거라고 설명하고는 사진까지 찍으라며 자기는 뒤편 갤러리 사무실로 들어갔다. 갤러리를 우리 식구끼리 만끽하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발길을 재촉해 차로 향했다. 대도시에서 날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줄 아는 사람이 존경스러웠다. 낯선 사람에게 이 정도의 적극적인 친절을 베풀만한 여유를 갖고 살지 못하는 나로서는 느낌이 컸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버펄로 다운타운 도보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버펄로는 뉴욕주에서 뉴욕시 다음으로 크고 역사가 있는 도시로서 과거의 산업도시의 때를 벗기고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리모델링되고 있는 도시다. 다른 곳을 포기하더라도 버펄로를 충분히 구경했어야 했다.
시청사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도심의 유서깊고 예술성있는 건물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비지터 센터에서 주는 '버펄로 도보관광‘(Buffalo on foot) 팜플렛의 번호를 따라 다운타운을 걸어보면 버펄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버펄로 시청, 엘리콧 스퀘어(Ellicott Square) 빌딩, 버펄로 이리 카운티 식물원, 버펄로 중앙 터미널, 제일 장로 교회는 반드시 보아야 할 건축물로 추천되고 있다. 또한 아름답고 유서깊은 교회당으로 제일장로교회 외에도 ‘승리의 우리 성모 바실리카 (Our Lady of Victory Basilica)', ’베이커(Father Baker) 박물관‘, ’세인트 폴 성당 (St. Paul's Cathedral)' 그리고 위에 언급한 트리니티 교회, 에피스코팔 교회 등등 우리의 영감을 고양시킬 교회도 매우 많다.
버펄로를 빛낸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차례로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과 헨리 홉슨 리차드슨(Henry Hopson Richardson)의 건축물 순례를 하는 것은 건축 문외한인 나이지만 매우 의미있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공부가 될 것이다. 특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미국건축예술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미국의 건축가’로 뽑힌 바 있으며, 긴 수평면을 특별히 강조하여 미국 중서부 대평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평선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의 건축양식을 프레리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그의 작품 중 펜실베니아의 폴링워터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유명하다. 버펄로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주요 건축물로는 다윈(Darwin)과 이사벨 마틴(Isabelle Martin)의 집으로 1903년과 1905년 사이에 지어진 마틴 하우스 콤플렉스(Martin House Complex) (www.darwinmartinhouse.org), 역시 이사벨과 다윈의 여름집으로서 이리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위에 1926년부터 1929년 사이에 높게 지어진 회색 절벽집(Graycliff Estate) (www.graycliffestate.org), 버펄로에서 만든 차 ‘창과 화살(Pierce-Arrow)’과 토마스 플라이어(Thomas Flyer) 모델을 포함한 1903년부터 1960년대까지의 차들을 수집해서 전시하고 있는 창과 화살 박물관(Buffalo Transportation/ Pierce-Arrow Museum) (www.pierce-arrow.com), 그의 우수작으로 손꼽혔지만 미완성으로 남아있다가 2007년에 공개된 폰태나 보트하우스(Fontana Boathouse) (www.wrightsboathouse.org), 그가 설계한 블루스카이(Blue Sky) 영묘가 있고 필모어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포레스트 론(Forest Lawn) (www.forest-lawn.com)이 있다.
극장지대에서 시어스 아트센터(Shea's Performing Arts Center)와 주변 소극장의 무대를 보고, 풍부한 미술관과 음악회를 둘러보며 버펄로의 기운을 느껴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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