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ENGLAND

손가락 호수 Finger lakes

솔솔숲 2014. 4. 7. 11:49

 

손가락 호수

 

 

캐나다와 공유하고 있는 온타리오 대호수 아래쪽으로 뉴욕주의 서부 한 복판에 긴 호수 11개가 북에서 남으로 나란히 길게 뻗어있다. 이 호수들을 손가락 호수(Finger lakes)라고 한다. 원주민 이로쿠어스족이 ‘위대한 영혼의 손가락 자국’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위대한 영혼이 이 땅을 축복하기위하여 손을 내밀어 땅에 댈 때 생긴 자국이라는 것이다. 호수들이 나란히 길게 뻗어있는 모양이 손가락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생긴 전설이다.

 

그런데 이 손가락 하나의 규모가 엄청나서 길이가 수십 km에 달하고 너비도 수km이상이 된다. 맑은 물과 물가의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어김없이 보트나 요트 선착장을 갖춘 별장들이 점점이 이어져있다. 또한 호숫가에는 포도밭과 100개가 넘는 와이너리들이 항상 손님들에게 방문하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11개의 손가락 호수의 이름은 대부분 이곳에 살던 원주민 이로쿠어스족이 부르던 이름이다.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호수 이름을 열거하면 오티스코 호수(Otisco Lake), 스캐니아틀리스 호수(Skaneateles Lake), 오왜스코 호수(Owasco Lake), 카유거 호수(Cayuga Lake), 세네카 호수(Seneca Lake), 쿠이커 호수(Keuka Lake), 캐넌대이과 호수(Canandaigua Lake), 허니오이 호수(Honeoye Lake), 캐너디스 호수(Canadice Lake), 햄록 호수(Hemlock Lake), 커니셔스 호수(Conesus Lake)다. 이중에서 카유거 호수가 가장 길다(61km). 세네카 호수는 호수 면적이 가장 넓고 가장 깊다(최고깊이 188m). 웬만한 바다보다 깊다. 또 커니셔스, 햄록, 캐너디스, 허니오이, 오티스코 호수는 작은 호수들이며, 길이가 5km도 안되는 캐너디스 호수가 가장 작다. 지도상에서 이들 호수를 세어보면 모두 14개가 보이지만 동쪽에 있는 오네이더(Oneida)와 카세노비아(Cazenovia)와 오넌다거(Onondaga)호수는 손가락 호수로 치지 않는다.

 

 

이들 호수의 북쪽 지역에는 시라큐스와 로체스터가 산업의 중심도시이고, 캐넌대이과, 제네바, 세네카폴스, 스캐니아틀리스등의 소도시가 있다. 로체스터는 손가락 호수 관광과 이리 운하 관광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을 두루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이리호수

 

허드슨강이 흐르는 알바니부터 서북쪽으로 시라큐스와 로체스터를 거쳐 뉴욕주의 서북쪽 끝에 있는 대호수 이리호(Erie Lake)까지 연결한 이리운하가 1825년에 개통되었다. 뉴욕시티가 있는 대서양에서 알바니까지는 허드슨강으로, 알바니에서 나이아가라 너머 이리호까지의 내륙 깊숙한 곳은 이리운하로 물길을 이어놓았다. 당시 마차를 통한 물류운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장장 584km의 이리운하를 건설하여 운송비를 95%나 절감할 수 있었으며, 당시 고대 세계7대 불가사의에 추가해서 세계8대 불가사의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허드슨강의 대서양 하구에 자리잡은 뉴욕시티로 들어온 전 세계의 화물들이 이리운하를 통하여 내륙 곳곳으로 운송됨으로써 뉴욕시티는 세계적 무역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결국 철도와 자동차의 발달로 운하의 효율성이 줄어들면서 현재는 관광보트를 타고 운하 시스템을 이해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레크레이션용으로 가동되고 있고, 일부는 다시 매립되어 도로로 연결되었으며 특히 이곳 20번 도로는 뉴욕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빙 도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리운하는 두 개의 물길로서 시라큐스 근처에서 북쪽 오스웨고(Oswego)까지 연결하는 오스웨고운하가 온타리오 대호수로 통하고, 또 남쪽으로는 손가락호수들을 연결하는 카유거-세네카 운하가 이어져 있다.

 

 

 

이 19세기적 물류시스템을 21세기에 적용하기 위하여 4대강 운하를 공약하여 온 나라를 논쟁에 휘말리게 하고 결국 엄청난 국고를 퍼부어 4대강 자전거도로를 건설한 한국의 정치쇼는 값비싼 코미디였다.

 

스캐니아틀리스 호수

 

갈 길이 바쁜 우리는 이 호수들 중에서 엄지 손가락에 해당하는 동쪽의 스캐니아틀리스(Skaneateles)만 둘러볼 생각이다. 스캐니아틀리스는 시라큐스에서 약35km 거리에 있는데, 유명한 배우나 전직 대통령들의 여름 별장들이 많고, 꽤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어서 중심가는 세련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한 고급 부띠크들이 줄지어 있었다. 손가락 호수들 중에서 가장 예쁘고 수심이 깊은 스캐니아틀리스 호수의 북쪽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이 예쁜 마을에서는 빈둥거리는 일 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는 것이 오히려 매력이란다. 호숫가에는 아름다운 집들 사이사이에 잔디와 정원이 산뜻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호수는 물이 에머랄드빛 유리같이 맑아서 바닥의 돌과 모래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도시의 중심가에 워터프론트 데크가 호수의 중심을 향하여 100여m 뻗어있어서 맑은 물에 떠있는 오리들을 보며 산보하기 좋은 곳이다. 물이 너무 깨끗하여 고기가 없는 줄 알았는데 데크를 걷는 중 보니까 매우 큰 고기들이 유유자적 헤엄쳐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데크의 끝에서 건너다 보이는 교회와 별장들이 거대한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광경이 참 평화스럽다. 호수 둘레를 걸을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부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호숫가는 넘볼 수가 없고 100여m에 불과한 데크 산책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미국 여행은 계속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이 위대한 신의 손가락 자국들을 모두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하여 다시 장도에 올랐다.

 

 

 

 

 

 

이타카

버펄로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손가락 호수의 남쪽 길을 택해 이번 여행 중 최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중간 중간 보이는 손가락 호수의 위용을 차창을 통하여 눈으로만 감상했다. 손가락 호수의 남쪽 지역에는 이타카(Ithaca), 코닝(Corning), 왓킨스(Watkins), 글렌(Glen)등의 소도시들이 있다. 도중에 카유거 호수의 남단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 이타카에 잠깐 들렸다.

 

언덕위에 있는 이타카는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위의 도시인데 산등성에 유럽풍의 건물과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며 자리잡고 있는 아이비리그 코넬대학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도시다. 이미 여름방학이 시작되어서 학생들이 대부분 고향으로 떠나갔기 때문에 학교 안에도 미처 출발하지 않은 몇몇 학생들만 눈에 뛸 뿐 썰렁했다. 지역 인구가 3만 명인데 학교가 문을 여는 기간 중에는 거주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도시의 중심 이타카 코먼을 중심으로 각종 식당과 가게들 그리고 최고 수준의 박물관과 갤러리등 볼거리들이 이어져있다. 계획에 없던 방문이라 차로 한 바퀴 시내를 돌아보고 이타카 폭포를 물어 찾아갔더니, 높지 않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인데도 수량이 엄청나고 계곡은 바위가 통으로 움푹 파여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며, 아래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폭과 높이가 매우 큰 대단한 폭포다.

 

 

버펄로에서 뉴욕 관통 하이웨이로 달려오다가 카유거호수 곁으로 내려오는 도로는 간간이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길이었다. 중간에 터건녹주립공원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엄청나게 넓은 바위가 계단 모양으로 잘 재단한 듯 평평하게 펼쳐있는 계곡풍경도 특색있는 경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