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도종환 산문집

솔솔숲 2011. 8. 1. 17:14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산짐승 발자국

산짐승들은 발자국으로 말을 합니다. 그들의 발자국은 가지런합니다. 몸가짐이 늘 단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발자국은 한 줄로 길게 나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정한 곳으로만 걸어가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나 잡목 숲에서도 자주 다니는 길이 있어 그 길로 다닙니다. 그들의 발자국은 눈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찍혀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걷기 때문입니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의 깊이도 똑같습니다. 움직임이 침작하기 때문입니다. 짐승들이 난삽하게 행동하고 경박하게 이리저리 몰려다닐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편견입니다.

 

'-구나, -겠지, -감사"의 마음

용타스님은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을 앞에 두고 그렇게 '-구나, -겠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꾸어 가지면 평화를 잃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즉 한 순간에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괴로운 일이든 기쁜 일이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합니다. 사실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만도 중요한 수행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觀行이 습관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늘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갑이 찢어졌구나"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해서 그렇게 되었겠지"

   "장갑이 아니었더면 손가락을 크게 다쳤을 게 아닌가. 장갑 덕분에 손을 보호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兩中의 원리

남이 내게 베푼 것은 고마워하되 내가 베푼 것은 잊어버리고 오래 기억하지 않는 삶, 나의 잘못은 엄격하되 타인의 잘못은 관용하는 태도, 내 욕망은 다스리고 절제하지만 남의 욕망은 이해하는 마음, 신념을 지니고 살아가되 내 신념이 남에게 무기처럼 강요되지 않는 세계관, 남이 인정받는 것은 기뻐하지만 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서운해하지 않는 마음, 내가 불행을 겪을 때는 인과를 살피면서 참회하지만 타인의 불행에 대해서는 같이 아파하는 마음, 있는 것을 너무 드러내려고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닌 삶, 용타 스님은 이런 삶의 태도의 바탕이 되는 것을 '양중의 원리'라고 합니다.

 

인생의 3단계

데스몬든 모리스는 우리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나를 꼭 잡아주세요', '나를 놓아주세요', 그리고 '혼자 있게 놔두세요'. 이 세가지 단계를 되풀이 해서 거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성장하고 발전하는 정상적인 순환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합니다.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장작 타는 모습

장작이 타는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제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는 건 낙엽송 장작입니다. 타닥타닥 하는 소리를 내거나 불똥을 밖으로 획획 내던지곤 합니다. 낙엽송을 태울때는 그래서 벽난로 앞에 붙어 앉아 있어야 합니다. 잘못하면 장판이나 돗자리를 태우게 됩니다.

아카시아나무와 소나무 장작은 주홍빛 불꽃을 길게 휘감아 올리며 탑니다. 불꽃이 세차고 화려합니다. 제 몸보다 더 길게 휘어져 감기는 불꽃을 내뿜으며 타곤 합니다.

밤나무 장작은 실내에서는 때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밤나무가 타면서 내는 일산화탄소 때문에 질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산사에서 밤나무 장작을 대다가 스님들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제일 잘 타는 장작은 참나무 장작입니다. 우선 불힘이 좋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소리로 요란하거나 불꽃으로 화려한 데 비해 참나무는 그렇게 떠들썩하지도 않고 작열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지만 제일 듬직하게 탑니다. 불꽃을 높게 올리기보다는 제 몸을 감돌아 나오는 푸른 불꽃으로 오래오래 탑니다. 화력도 좋고 따뜻한 온기를 가장 많이 내보내는 것도 참나무입니다. 소리 없이 타면서 다른 것들의 밑불이 되어 주고 타다가 꺼지면 그대로 숯이 되었다가 다시 불을 붙이게 합니다. 참나무 장작이 잉걸불이 되어 타면서 내는 붉은 빛은 황홀합니다.

 

「마음의 쉼표」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특별한 사랑은 보통의 사람을 만나 그를 특별히 사랑하면서 이루어진다.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당신이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줘"

-완전과 완벽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충실하게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완전하려고 하지 말고 오늘 하루 충만했는가 물어보아야 한다

-비난과 저주는 독초와 같아서 그에 대한 독설이 계속되는 동안 독을 품고 있는 일이어서 그 독은 내 몸에도 똑같이 스며든다. 그 독으로 내가 먼저 쓰러지기도 한다.

-먼지 하나도 없는 곳에선 그대도 나도 살 자격이 없다. 먼지도 있고 빛도 있는 곳에서 和光同塵하며 사는 것이다.

-그물코는 한 곳만 끊겨 나가도 그리로 모든 것이 빠져 달아납니다. 그대가 거기 있음으로 해서 크고 완전한 것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대는 크고 거대한 것의 시작입니다.

-칼날을 세우는 동안 숫돌도 몸이 깍여 나간다

 

*당신은 신께서 숨어 계신다는 점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그 분이 그토록 여러번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셨다는 점에 대해서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그렇게도 거룩하신 신을 알기에 합당하지 못한, 오만하고 스스로 지혜로운 자들에게는 그 분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는 점에 대해서 더욱 감사하십시오.  -- 파스칼 '팡세' --

 

보이지 않는 격려

미국에 한 중년부부가 있었는데 아내의 시력이 너무 나빠서 눈 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이 잘못되어 실명을 하고 말았다. 그 후 남편은 매일 같이 아내의 직장까지 아내를 출근시켜주고 하루 일과가 끝난 후에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아내에게 서로 직장이 머니 혼자 출근하라고 말했다. 이 말에 아내는 남편에게 너무나 섭섭했고 배신감마져 느꼈다. 그리곤 이를 악물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 다음날 부터 혼자 출근하기 시작했다. 많이 넘어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지 2년...  어느날 버스 운전기사가 이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줌마는 복도 많소. 매일 남편이 버스에 함께 앉아 있어 주고, 부인이 직장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지켜보다가 등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며 보이지 않는 격려를 해주니까요"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